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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방역 하는 날

by 무벅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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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산후조리원에서 와이프와 아들이 집으로 온다

신생아 아들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입성하게 된다. 당연히 집은 초 클린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있었지만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얼마 전 신축 아파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장 가구에서 벌레 알을 까서 나오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관련된 방역 소독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공지가 나왔다. 벌레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매우 별로였지만, 방역 소독을 해 준다고 하는 이야기는 '오, 기횐데?' 싶었다. 그래서 아이가 집으로 오기 전에 방역을 받자고 해서 미리 신청을 해두었는데 마침 오늘이 그날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와이프는 산후조리원에서 많은 것들을 신청한 것 같다. 매트리스 케어 무상 체험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오늘 온다고 하더니 수고 좀 해달라는 코멘트를 덧붙였다. 오늘은 내가 수고를 해야 하는 날 임을 인지했다. 오후 2시와 4시에 각각 업체들에서 집으로 와서 먼저 매트리스 케어를, 그리고 집 전체 방역 소독을 했다.

 

매트리스 케어

매트리스 케어는 처음 받아 봤는데 업체의 최종 목적은 내가 케어 청소기를 렌탈 한 후 월 렌탈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 좋은 것을 직접 하시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비스를 해주시는 분께서 땀을 꽤 흘리셔서 많이 힘든 작업으로 느껴져 이미 나는 직접 할 마음을 먹지 못했다. 하지만 안방에서만 침대와 화장대, 드레스룸에서 나오는 먼지의 양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많은 먼지가 나오더라. 그렇지만 사람 사는 공간에서 먼지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은 서비스임은 알겠지만 비용 설명을 듣고 또 만만치 않은 가격에 놀라고 역시 내방 서비스는 비싸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좋고, 비싸고, 나한테는 부담스러운 서비스임을 알았다.

 

주방을 뒤집어 놓은 방역 소독

2시간 뒤에 찾아온 방역 소독. 우선 아주머니 두 분이 먼저 오셔서 주방의 보양 작업을 먼저 해주셨다. 싱크대 상부와 하부의 그릇들을 전부 꺼내셨다. 그리고는 싱크대 내부도 소독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릇을 다 빼는데 다시 정리할 때는 직접 해야 한다고 안내해주셨다. 사실 와이프한테 미리 들어서 알고는 있는 상태였는데 정말 그렇게 모든 그릇들을 전부 다 꺼낼 줄은 몰랐다. 아니 모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보양 작업을 마친 뒤 두 분은 떠나시고 남자 두 분이 소독 장비를 장착하시고 내방하셨다. 간단한 안내를 듣고 바로 집안 곳곳을 소독하기 시작했다. 소독은 금방 끝이 났다. 약품의 빠질 때까지 창문을 열어두고 한 시간 가량 집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하셨다.

 

갑자기 나가라니

반바지에 나시만 입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조금 황당했지만 백팩에다가 책과 탄산수, 새우깡을 넣고 일단 나갔다. 장맛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 바로 앞에 놀이터에 지붕이 있는 쉼터 테이블과 벤치가 있는데 너무 좋아 보여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빗소리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 2시간을 앉아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찾아온 힐링 시간이었다.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왠지 모를 산뜻함과 잠깐 잊고 있었던 주방에 쌓여 있는 수많은 그릇들이 나를 맞이했다. 헬이다. 그렇지만 나도 이럴 줄 알고 미리 부모님을 소환해두었다. 너무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혼자 치우기에는 주방의 생김새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함께 두 팔 걷어 정리했고 오랜만에 가족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보람찬 시간이었다 라고 생각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덜 죄송스러울 것 같다.

와이프가 던져 준 토요일 오후의 과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한 것 같다. 산후조리원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오늘 고생 많았다며 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해준 너, 좀 센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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