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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일의 격 - 자랑할 것, 자부심을 가질 것이 무엇인가?

by 무벅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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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신수정 부문장님이 쓰신 <일의 격>을 읽고 있는 중이다.

원래는 책을 읽으면서 감명 깊게 읽은 부분들은 메모를 해두고 끝까지 읽은 뒤 메모한 내용을 정리해서 포스팅을 한다. 그런데 책 중간에 한 챕터를 읽고 마치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대신 옮겨주신 것 같은 기분을 느껴 언제든지 다시 읽어볼 의향으로 챕터 전체를 필사한다.

요즘 같이 잘난 사람들이 많고 모두가 자랑을 하고 있는 SNS 피드를 본다면 본인의 자존감이 뛰어나지 않고서는 스스로를 하찮다고 생각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스스로 자랑할 것을 찾고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잘 정리해주신 내용이다.

 

자랑할 것, 자부심을 가질 것이 무엇인가?

요즘같이 오픈된 시대에는 자랑할 만한 것,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점점 줄어든다. SNS 공간에서도 잘난 사람들이 가득하다. 과거에는 무슨 대학, 무슨 과 나오고 전국 몇 등 안에 들었다느니 하는 것이 자랑할만한 것이었으나 요즘은 스펙 좋은 사람들도 엄청 많고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쉽게 보인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드물었으나 요즘은 매우 많다. 하버드 등 해외 유명 대학 출신도 풍년이고 영어 실력자들도 풍년이다. SAT 몇 점 맞았느니 해외 유명 대학에 동시 합격되었다느니 하는 것 또한 식상하다. 지금은 구글이나 애플에서 일한다고 하면 대단한 것처럼 보지만 조만간 이 또한 식상해질 것이다. 그래봐야 조금 나은 샐러리맨일 뿐이다.

 

요즘은 자리들이 많아져서인지 현직, 전직 고위직들도 많아졌다. 기관장들도 많고, 교수님들도 많고, 변호사도, 의사도, 임원들도, 사장님들도 엄청나게 많다. 어디 명함 가지고 자랑하기도 어렵다.

 

부자들도 적지 않다. 금융부자들, 주식부자들, 부동산 부자들도 적지 않다. 책 몇 권 쓴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한두 권 책 써서 자랑할 수도 없다. 글쟁이들도 많아 웬만하게 써가지고는 글 좀 쓴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산도 웬만큼 다녀서는 어디 산좀 다녔다고 자랑하기도 어렵고, 맛집 웬만큼 다녀서는 맛 좀 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고 와인 웬만큼 마시고서는 사이버 공간 어디에 오픈해서 자랑하기 어렵다. 골프도 잘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 몸짱들도 많아 웬만한 몸 가지고는 명함도 못내민다.

 

과거에는 해외여행 나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뉴욕, 파리, 런던만 다녀와도 자랑 할만했는데, 요즘은 중동, 아프리카 등의 오지나 남미 어디 못 들어본 곳이나 남극, 북극 정도나 가야 자랑할 만하다. 명품 걸친 사람들이 많이 웬만한 명품 가지고는 자랑 할만하지 않다. 그래서 과거에 자랑할 만한 했던 것들이 희소성을 잃어가면서 점점 자랑할 게 없어진다.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일반적인 영역, 순위를 세우는 영역에서는 자랑할만한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조금 잘난 사람이나 아니나 50보 100보 이다. 순위를 세우는 영역에서는 1등 외에는 모두가 열등감이 있다. 전국 10등이라도 열등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서울대 출신들도 다들 열등감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1등부터 줄 세워 대학이나 과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환경 속에서는 학교, 과에 따라 과 내에서도 열등감 풍년이다. 모든 학생이 다 열등감 속에 산다. 부자도 전국 1위 부자 외에는 다들 열등감이 있고, 고액 연봉자들도 전국 1등 연봉자 외에는 열등감이 있다. 이에 자부심을 가지기 쉽지 않다.

 

명품을 가진 사람들은 더 비싼 명품 앞에서 열등감을 가지며, 고급차를 가진 사람들도 더 뛰어난 고급차 앞에서는 열등감을 가진다. 영어 좀 하는 사람들도 더 잘 하는 사람 앞에서는 입을 닫는다.

 

얼마 전 글로벌 CEO가 내한한 모임에 갔는데 초대받은 한국 분들 중 몇 분이 먼저 거의 네이티브 수준으로(내용은 그저 그런데) 이야기 하자 엄청 잘 하시는 분인데도 자신의 차례에 영어가 부족하다며 자신감이 확 떨어진 발언을 하는 것을 봤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부사장, 사장도 열등감을 가진다. 장관님들도 더 위의 권력자 앞에서는 받아쓰기를 할 뿐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니 학력고사 1등 서울의대 출신의 의사와 서울법대에 검사 출신 법학교수 간의 상호 간 열등감과 경쟁의식도 재미있게 묘사되는데 난 이게 그리 과장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예 고급이 뭔지, 명품이 뭔지, 무슨 직위가 더 높은지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당당해진다.

 

난 명품, 좋은 와인, 좋은 집이나 차 등은 관심도 없고 구별도 못하니 다른 사람이 뭘 입던, 뭘 타던, 뭘 마시던 당당하다. 그런데 직위는 잘 알기에 높은 사람 앞에서는 당당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이제 점점 진짜 자랑거리, 진짜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 진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순위로 정할 수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것'이다. '자신의 개성'이고 '자신만의 취향'이며 '자신만의 자신감'이다. 특히, 계급장을 뗀 공간에서는 그 또는 그녀가 가진 오프라인 스펙이나 지위로 인기나 존경이 결정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만의 독특한 매력과 재능으로 결정된다.

 

'자신의 약한 것'이 더 자랑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자부심이 될 수도 있다. 부자와 스펙자와 권력자는 늘어나는데 품위 있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이들은 줄어가고 있으니 '품위'와 '헌심'이 더 희소하고 더 큰 자부심이 될 수 있다. 가진자들은 늘어나지만 욕심에서 자유한 자들은 점점 감소하고 있으니 '마음의 자유'가 더 희소하고 더 큰 자부심이 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것은 일부러 자랑하려고 하는데서 나오는 것도, 독특한 것을 해서 남에게 이겨봐야지 하는 경쟁심이나 열등감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유인으로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연스럽고 자신있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당신은 무엇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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